[남도에서 한 달 여행하기] 공모후 선정되어 목포에서 13박14일 여행한 후기
목포 신9미 맛집9곳 탐방 (글 / 이경희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올해 2023년 일본 핵오염수가 방출되기 시작한 해이다. 먹거리에 관한 한 획기적인 대전환점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먹거리의 오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서 목포를 대표하는 기존의 목포9미도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목포에서 맛집탐방을 시도해보았다. 그럼에도 여기 소개되는 맛집들은 대부분 목포시에서 이미 으뜸맛집으로 인정받은 곳들이다. 전반적인 목포 음식에 대해 나의 한마디를 얹어보자면 대체로 싱겁다. 그래선지 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이 살아나도록 한다는 점에서 전라도 음식중 최고라고 높게 추천하고 싶다.
① 성식당-전라도 전통 떡갈비
개인적으로 순천의 금빈회관을 전국 최고의 떡갈비집으로 생각하기에, 바로 옆도시 목포에선 어떤 떡갈비맛을 낼지 무척 궁금했다. 금빈에선 소떡갈비도 메뉴엔 있으나 돼지떡갈비를 먹었는데, 여기 성식당은 소떡갈비만 다룬다. 정말 일인분마다 한 접시 가득하게 갈비뼈가 붙어있는 떡갈비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 가격은 3만원인데, 떡갈비 양에 비하면 적정한 편이지만 함께 나오는 반찬 가짓수가 단촐하다고 느껴졌다. 떡갈비라는 음식이 12첩 반상에 어울리는 고급음식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항동시장 뒤편에 있어 식당 바로 주변은 주차가 어려울 수 있다.
② 예향한정식평화광장점-보리굴비정식
목포에는 예향이란 명칭을 가진 식당들이 유난히 많다. 이 고장에서 ‘예향’이란 단어는 목포가 스스로를 지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상표등록을 받기 어려운 사정일까 추측해보았다. 희한하게도 예향이란 단어가 들어간 식당들은 다 일정수준을 넘어서는 몫을 해내고 있다. 이 집은 보리굴비를 차를 우린 물이 아닌 울금 우린 물이 찍어 먹는다. 굴비 또한 예쁘게 다 발라져 나온다. 다른 보리굴비집에서는 보지 못했다. 밥도 울금 우려낸 물에 한 것이라 좀 특별하다. 주차는 바로 앞 거리에 대거나 뒤편에 한가한 넓은 도로가 있어 찾아내기 어렵지 않다.
③ 미꾸리식당-민물장어정식,추어탕
식당은 주차가 조금 힘들다. 목포에서 가장 힘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좁은 골목 주택가에 자리하고 인근에 목포시청이 있기 때문 같다. 장어도 맛있지만 장어정식에 같이 나오는 추어탕이 진한 별미이다. 아마 장어구이보다 추어탕을 먹기위해 다시 갈 수도 있을 정도이다.
④ 시골집순뚜부-순두부전문점
우리는 여기서 보쌈이 들어가는 세트메뉴를 먹었는데, 그냥 순두부만 먹어도 됐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기본반찬에는 이집에서 직접 만드는 두부가 별미였고, 짬뽕순두부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조합인데, 정말 빼어난 맛이다. 큰길가에 있어 주차가 어려울 수 있고, 찾아내긴 어렵지만 전용 주차장도 가지고 있다.
⑤ 대청-황해도식 만두국
예전에 서울 양재에 미슐랭 지정을 받았던 황해도 만두집에 간 적이 있는데, 비로 그집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투박한 손만두가 내는 엄청 깔끔한 맛에 간단하게 한상 차려낸다. 미식을 자처하는 남편이 연신 감탄을 하며 먹었다.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근대화거리에 있어 주차는 어렵지 않다.
⑥ 유달콩물-콩국수,비빔밥,콩물
아침 8시부터 여는 집이라 아침부터 찾기에 좋은 집이다. 진한 콩물은 당연히 맛있고 들고 다니면서 하루 종일 마시기에도 좋은데, 비빔밥과 반찬들도 남다르다. 전주비빔밥에서도 이 집처럼 한그릇 먹는 내내 쇠고기가 씹히지는 않았다. 반찬들 중에는 양파김치가 유독 맛있다.
⑦ 광양숯불갈비-돼지갈비와 비빔냉면
이 집은 오르막 언덕길에 쑤욱 들어가 있어 찾아내기 어렵다. 주차도 낮보다는 저녁이 쉬울 수 있다. 맞은 편에는 법정스님이 출가한 일본식 절이고 국가등록문화재인 정광정혜원이 있어 들러볼만 하다. 은은한 숯불에 구워주는 고기가 맛있는 집이다. 모든 반찬이 다 좋았다.
⑧ 낭만맛집-톳비빔밥과 오징어초무침
이 식당은 메뉴가 단촐하다. 톳비빔밥(8천원)과 국수, 오징어초무침(1만2천원)이 전부인데, 맛도 좋지만 일종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을 갖추어서인지 가격이 아주 싸다. 주인은 낭만이모라 불리는데, 건강하고 맛있는 밥을 내놓는다는 자부심이 넘치며 정성이 잔뜩 들어가서 맛있게 뚝딱 비울 수 있다.
⑨ 카츠타케-돈까스 혹은 숙성고기회
목포를 떠나는 마지막 날에야 기회가 닿아 가볼 수 있었다. 나는 평소에 휴게소에서 파는 소스 많이 얹은 돈까스가 어떤 레스토랑에서보다 맛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여기에서 한점 한점을 소금과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서 돈까스에 새로운 신세계가 열린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아무리 돈까스의 본고장이 일본일지라도 이집은 일본식 돈까스 그 이상을 맛보게 해준다. 일종의 고기숙성의 달인들이 수련을 거듭하여 만드는 비법의 돈까스다. 17시간의 숙성을 거쳐 나오는 히레돈까스를 소금과 와사비에 찍어 먹는 것인데, 마치 부드러운 고기회를 먹는 것 같다. 이 카츠타케는 근대화거리에 작은 간판을 가진 새로 생긴 식당인데, 좋은 후기를 보고 찾아냈다. 작은 가게이지만 조그만 정원까지 갖추고 있으며 주방장이 오마카세 한그릇 내놓고 대접하는 분위기이다. 오래 생각하다가 목포에 자리잡기로 마음먹었다는 주방장은 이제 막 수련을 마치고 스승의 품을 떠나온 잘생긴 젊은 청년이다. 이 거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징조를 보여주는 젊은 이주민에게 이 거리를 맡기고 떠날 수 있어 정말 든든했다.